한국 기업들의 양자기술 개발 현황: 삼성, LG, 한화

양자기술은 기존의 정보기술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산업 혁신을 이끌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양자컴퓨팅, 양자암호, 양자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도 이 흐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삼성, LG, 한화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들이 양자기술을 어떻게 연구·개발하고 있는지 현황을 정리하고, 향후 방향성에 대해 분석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양자기술 개발 현황


삼성: 장기 전략과 글로벌 협력 기반의 양자컴퓨팅 연구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정보처리 기술로서의 양자컴퓨팅 개발에 조심스럽지만 꾸준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종합기술원(SAIT)을 중심으로 차세대 컴퓨팅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며, AI, 신소재, 나노구조 분야와 융합된 양자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2020년부터 미국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스탠포드대 등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양자점 기반 큐비트(Quantum Dot Qubits), 초전도 큐비트, 중성원자 기반 기술에 대한 탐색적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자체적인 양자컴퓨터 프로토타입 공개는 없지만, 차세대 반도체 구조와 양자컴퓨팅의 접점을 찾는 연구가 장기 전략의 핵심입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미국 IBM,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양자컴퓨팅의 소프트웨어·시뮬레이션 플랫폼 연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자사의 AI 칩 기술과 양자 알고리즘을 접목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양자컴퓨팅 기반의 반도체 설계 최적화 시뮬레이션은 향후 중요한 상용 응용처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LG: 플랫폼 협력 중심의 양자컴퓨팅 응용 확장

LG 그룹은 양자기술 자체의 하드웨어 개발보다는, 양자컴퓨팅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2021년 IBM과 파트너십을 맺고 IBM 퀀텀 네트워크(IBM Quantum Network)에 가입하여, 자사의 기술 개발과 병렬로 양자 알고리즘 및 양자 시뮬레이션 연구를 본격화했습니다. LG의 주요 연구 방향은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배터리 화학 시뮬레이션, 물류 최적화,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등 실제 산업 문제에 응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입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에 양자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자 관련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배터리 효율 및 수명 예측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LG CNS는 클라우드 기반의 양자보안 통신 인프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양자암호키분배(QKD) 기술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LG는 전통적인 제조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그룹 전략에 따라, 양자기술을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기술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화: 방산 및 에너지 중심의 양자기술 융합 전략

한화그룹은 방산과 에너지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양자기술의 보안성과 예측성에 주목하여 관련 연구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202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과 양자암호 통신 시스템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국방 통신망 강화와 연계한 양자기술 적용을 모색 중입니다. 양자암호는 도청 불가능한 보안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 국방 및 항공 통신 체계에 적용 가치가 높습니다. 이에 한화는 국방부와 협업을 통해 군 전용 양자통신 시스템 실증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는 지상 통신망에서의 실증 테스트를 마치고, 위성 기반 통신으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화솔루션은 에너지 분야에서 양자기술의 응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 예측 모델링, 전력망 최적화 연구 등을 공동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급과 기후 데이터 분석을 고도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양자컴퓨팅으로 대체해, 기존 AI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직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자체 기술에서는 미국, 유럽, 중국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지만, 응용 분야에서의 발빠른 접근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양자기술 생태계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반도체 기술을 활용한 장기 전략형, LG는 응용 소프트웨어 중심의 플랫폼 전략, 한화는 국방·에너지 특화형 전략으로 서로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양자기술은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전략과 생태계 조성이 핵심입니다. 한국 정부도 2023년 ‘양자기술 국가로드맵’을 발표하며 2035년까지 세계 5위권 양자기술 보유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민관 협력과 대학-연구기관의 인재 양성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 문제에 적용 가능한 응용 사례를 발굴하고 글로벌 기술 협력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가 양자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길 기대해 봅니다.